McCoy Tyner는 피아노를 잘 치고 Keith Jarrett은 음악을 잘한다는 느낌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McCoy Tyner는 피아노를 엄청 잘 치고, Keith Jarrett은 음악 자체를 엄청 잘하는 사람 같다고. 지금도 대충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물론 문장 그대로 받아들이면 개소리가 됩니다. Tyner가 음악을 못한다는 뜻도 아니고, Jarrett의 피아노가 덜 대단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냥 둘을 번갈아 들을 때 제일 먼저 꽂히는 지점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Tyner를 들으면 일단 피아노 소리부터 셉니다. 강한 왼손, 넓게 벌린 4도 화음, 펜타토닉을 밀어붙이는 오른손, 타악기처럼 단단한 터치 같은 특징이 바로 들립니다. 이런 설명은 워낙 많이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맞는데, 이것들을 따로 떼어놓으면 Tyner의 연주가 너무 교본처럼 정리됩니다. John Coltrane의 Classic Quartet 안에서 들으면 얘기가 훨씬 단순하고 거칠어집니다. Coltrane과 Elvin Jones가 미친 듯이 몰아칠 때 Tyner는 반복과 화음으로 곡의 중심을 계속 고정합니다.

그 시기의 Quartet은 네 명이 다 최대치로 연주하는데 이상하게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Coltrane은 끝도 없이 뻗고 Jones는 박자를 여러 겹으로 쪼개며 Jimmy Garrison은 낮은 음을 반복합니다. Tyner까지 똑같이 자유롭게 흩어졌다면 음악이 완전히 다른 모양이 됐을 겁니다. 그는 코드를 얌전히 채우는 반주자가 아니라 두꺼운 화음과 반복되는 리듬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누가 앞으로 튀어나오든 곡 전체의 압력이 떨어지지 않게 계속 밀어붙입니다.

Tyner의 보이싱은 음 하나하나보다 한꺼번에 들을 때 더 재미있습니다. 분명 여러 음을 치고 있는데 귀에는 커다란 한 덩어리로 들리고, 같은 패턴이 반복될수록 다음 전개를 기다리기보다 그 반복 자체에 중독됩니다. 변화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악센트가 조금씩 달라지고 오른손 프레이즈가 계속 바뀌는데도 중심은 그대로입니다. 소리가 그렇게 빡빡한데 듣다 보면 머리는 오히려 비워집니다. 이 트랜스감과 사이키델릭한 질감 때문에 Tyner를 계속 틀게 됩니다.

그래서 Tyner를 맥시멀하다고 느끼는 건 단순히 음을 많이 쳐서가 아닙니다. 한 번 잡은 화성과 리듬을 적당히 보여주고 넘어가지 않고 끝까지 조집니다. 재료를 계속 바꾸는 대신 몇 가지를 엄청 세게, 오래, 정확하게 반복합니다.

‘피아노를 잘 친다’는 첫인상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손이 빠르다는 얘기보다 피아노라는 악기의 무게와 타격감을 그대로 음악의 추진력으로 쓰는 능력이 먼저 들린다는 뜻입니다. 건반을 누르는 방식 자체가 곡의 성격을 만들어버립니다.

Keith Jarrett은 반대쪽에서 재미있습니다. 같은 재료를 오래 반복하기보다 짧은 모티프를 꺼냈다가 멈추고, 갑자기 음역을 바꾸고, 노래 같은 선율을 만들다가도 익숙해질 만하면 다른 방향으로 틉니다. 클래식, 가스펠, 포크, 블루스, 비밥, 프리 재즈가 한 곡 안에서 계속 섞이는데도 그냥 잡탕처럼 들리지는 않습니다. 지금 무엇을 치는지보다 다음에 뭘 할지가 궁금해집니다. 긴 연주를 들어도 계속 사건이 생기니 집중이 쉽게 끊기지 않습니다.

특히 Charlie Haden, Paul Motian, Dewey Redman과 함께한 American Quartet을 들으면 이 성격이 훨씬 잘 들립니다. Haden은 곡의 중심을 잡다가도 슬쩍 바깥으로 움직이고, Motian은 박자를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으며, Redman은 거칠고 투박한 톤으로 멀쩡하던 흐름을 확 뒤집습니다. Jarrett은 이걸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습니다. 멜로디를 꺼내 밴드를 모았다가 리듬을 비틀고, 다시 프리한 연주로 풀어버립니다. 리더이기는 한데 나머지 연주자들을 자기 반주자로 쓰는 느낌이 적습니다.

Jarrett을 ECM의 맑고 조용한 피아노로만 알고 들으면 American Quartet은 꽤 당황스럽습니다. 녹음도 연주도 훨씬 거칠고, 곡이 예쁘게 정리될 것 같으면 누군가가 바로 판을 흐트러뜨립니다. 저는 이 Impulse! 시절을 더 재미있게 듣는 편입니다.

섬세한 선율은 그대로인데 밴드가 얌전히 따라오지 않고, Jarrett도 그 충돌을 피하지 않습니다. 듣기 좋은 멜로디와 날것의 프리 재즈가 한 곡 안에서 같이 굴러가는 맛이 있습니다.

‘Jarrett은 음악 자체를 잘한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습니다. 피아노 한 대가 얼마나 대단한 소리를 내는지보다 밴드 전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다음에 어디로 갈지가 먼저 들립니다. 한 번 나온 멜로디를 다시 꺼낼지, 그냥 버릴지, 다른 연주자가 던진 리듬을 받을지 무시할지 같은 선택이 계속 이어집니다. 즉흥연주인데도 한 곡을 통째로 조절하는 방식이 엄청 좋습니다. 피아노 밖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자기 음악으로 쓰는 사람처럼 들립니다.

반대로 Tyner는 피아노와 음악을 굳이 나눠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 사람은 건반을 치는 방법 자체가 작곡이고 편곡처럼 들립니다. 두꺼운 화음 하나, 왼손의 반복 하나만 나와도 밴드의 온도가 바로 달라집니다. 그래서 다른 악기를 같이 듣고 있어도 피아노의 물리적인 소리가 계속 중심에 있습니다. Jarrett이 여러 연주자의 선택을 계속 이용한다면 Tyner는 자기 터치와 리듬으로 다른 연주자들이 더 세게 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듭니다. 어느 쪽이 더 음악적이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예전에 이 차이를 요리로 비유한 적도 있습니다. Jarrett은 코스 전체를 짜는 셰프 같고, Tyner는 메뉴 하나를 평생 판 오래된 라멘집 사장 같다고. 길게 설명하면 또 괜히 있어 보이는 헛소리가 되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Jarrett은 여러 재료의 순서와 대비가 재미있고 Tyner는 한 가지 맛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셉니다. 코스요리가 라멘보다 위인 것도 아니고 라멘이 코스요리보다 진짜인 것도 아닙니다. 그날 뭘 먹고 싶은지만 다릅니다.

물론 이 구분은 조금만 파고들어도 금방 깨집니다. Jarrett도 한 번 에너지가 붙으면 건반을 가득 채우고 같은 리듬을 엄청 오래 반복합니다. Tyner도 늘 두껍게만 치는 사람이 아니며 몇 음과 쉼만으로 넓게 연주할 때가 있습니다. 음을 많이 치면 맥시멀이고 적게 치면 미니멀이라는 구분부터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실제로 중요한 건 음의 개수보다 그 소리를 어떻게 반복하고, 바꾸고, 밴드 안에서 쓰느냐입니다.

그래도 둘을 번갈아 들을 때 차이는 분명합니다. Jarrett을 들으면 멜로디와 리듬이 어떻게 바뀌는지 계속 확인하게 되고, American Quartet에서는 Haden이나 Motian, Redman이 던진 소리 때문에 Jarrett의 다음 선택이 달라지는 순간이 재미있습니다. Tyner를 들으면 변화의 순서보다 지금 반복되는 화음과 리듬이 얼마나 세게 유지되는지가 더 중요하게 들립니다. 하나는 계속 바뀌어서 집중하게 만들고 다른 하나는 같은 힘을 오래 유지해서 중독시킵니다.

John Coltrane의 Classic Quartet에서 Tyner가 빠지면 왜 허전한지도 이 차이를 생각한 뒤 더 잘 들렸습니다. Coltrane과 Jones의 에너지는 이미 충분히 미쳐 있는데 Tyner의 화음이 더해지면 그 과잉이 한 방향으로 모입니다. 깔끔하게 정돈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세지고 더 빡빡해지는데도 무엇을 듣고 있는지는 분명해집니다. American Quartet은 반대로 각자의 소리가 부딪히고 잠시 어긋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Jarrett은 그 어긋남을 없애지 않고 다음 전개에 써먹습니다.

그래서 누가 더 뛰어난 피아니스트인지 묻는 비교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둘 다 이미 말도 안 되게 잘 칩니다. 제가 궁금한 건 같은 피아노를 앞에 두고 왜 한 사람은 악기의 타격감부터 들리고 다른 사람은 밴드 전체의 전개부터 들리는가 하는 쪽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앨범을 고르는 기준도 조금 단순해집니다. 두꺼운 화음과 반복에 얻어맞고 싶은 날에는 Tyner를 틀고, 밴드가 어디로 튈지 계속 보고 싶은 날에는 Jarrett을 틉니다.

그런데 막상 10분쯤 듣고 있으면 제가 만든 구분부터 바로 박살 납니다. Jarrett이 반복을 끝까지 밀어붙이기도 하고 Tyner가 예상 밖의 방향으로 곡을 틀기도 합니다. 그래서 ‘Tyner는 피아노를 잘 치고 Jarrett은 음악을 잘한다’는 말은 정확한 분석이라기보다 둘을 틀었을 때 바로 튀어나온 제 반응에 가깝습니다. 설명은 이렇게 길게 했지만 여전히 그 말이 제일 편합니다. 둘 다 둘 다 잘한다는 당연한 얘기는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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