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Kelan Phil Cohran & Legacy
앨범
African Skies
레이블 / 카탈로그 번호
Captcha Records / HBSP-2X-010
발매 / 녹음
2010년 발매
1993년, Adler Planetarium, Chicago, Illinois에서 녹음
연주자
Kelan Phil Cohran — 하프, Frankiphone, 트럼펫, 콩가, 바이올린 우쿨렐레, 기타, 플루트
Oscar Brown III — 콘트라베이스, 피콜로 베이스, 플루트
Malik Cohran — 기타, 콘트라베이스, 플루트
Aquilla Sadalla — 베이스 클라리넷, 기타, 플루트, 보컬
Josefe Marie Verna — 하프, 트롬본, 플루트
Sun Ra 이후
Sun Ra Arkestra를 오래 따라가다 보니 John Gilmore, Marshall Allen, June Tyson처럼 먼저 귀에 들어온 이름 밖으로도 시선이 옮겨갔고, 멤버들이 Arkestra 밖에서 남긴 음악이 하나씩 궁금해졌습니다. 그 흐름에서 만난 사람이 Kelan Phil Cohran이었는데, 스피리추얼 재즈와 아프리카 음악을 함께 좋아한다면 꽤 자연스럽게 닿는 이름처럼 보입니다.
Cohran은 1950년대 말부터 Sun Ra와 연주했고, 시카고에 남은 뒤에는 Artistic Heritage Ensemble과 문화 교육 활동으로 자신의 길을 이어갔습니다. African Skies는 그보다 훨씬 뒤인 1993년 Adler Planetarium의 동명 천체 프로그램을 위해 녹음됐는데, 이 배경을 알고 들으면 Sun Ra and His Solar Arkestra – On Jupiter에서 전면에 드러났던 우주 감각이 여기서는 한층 낮은 온도로 놓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소개 자료를 보면 Cohran은 천문학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Adler의 자료실도 찾아다녔으며, 별과 행성은 장식용 소재라기보다 실제 탐구 대상에 가까웠던 모양입니다. 천문관과 Sun Ra라는 조합만 보고 과장된 우주극을 예상했다면 조금 다르게 들릴 수 있는데, 별과 아프리카, 반복되는 리듬, 직접 만든 악기는 앞에 나서기보다 음악의 배경을 천천히 채웁니다.


편성만 보아도 하프 두 대, 콘트라베이스 두 대, Frankiphone, 플루트, 베이스 클라리넷, 기타와 트럼펫이 한자리에 섞여 있는데, 실제 소리는 악기 수만큼 복잡하게 엉키지 않습니다. 짧은 음형들이 서로 자리를 비켜주며 이어지고, 긴 독주보다 합주 전체의 호흡이 앞에 놓여서 프리 재즈의 격렬함보다는 오래 유지되는 질서 쪽에 가깝습니다.


이 질서는 Sun Ra의 흔적을 지우지는 않지만, 누구의 연장선이라는 설명만으로 묶어두기도 어렵게 들렸습니다. 우주와 아프리카를 말하는 어휘는 비슷해도 표현이 훨씬 담백하고, 이미 몸에 밴 언어를 굳이 크게 설명하지 않는 태도처럼 느껴졌습니다.
White Nile의 반복
가장 오래 머문 곡은 A면 두 번째의 “White Nile”입니다. 10분 10초 동안 하프의 짧은 오스티나토가 거의 같은 자리를 돌고, 베이스와 주변 악기는 그 반복을 깨기보다 미세한 이동을 덧붙입니다.
한참 같은 흐름으로 가다가 화성과 음계의 중심이 살짝 옮겨가는데, 변화의 폭은 작아도 공간 전체가 틀어진 것처럼 들립니다. 곡이 전환을 크게 알리지 않아서 처음에는 지나치기 쉽고, 다시 들을수록 그 순간이 더 또렷해지는 편입니다.


Aquilla Sadalla의 가사 없는 보컬은 앞에서 노래하기보다 악기 사이로 스며들고, Cohran의 트럼펫도 긴장을 한꺼번에 끌어올리지 않습니다. 절제된 선들이 겹치면서 의식적인 분위기가 생기지만, 특정 장면을 강요하지 않아 앨범 전체를 이어 듣기에도 부담이 적었습니다.

하프가 장식보다 맥박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는 점도 재미있었는데, 긴 잔향이 남는 동안 다음 음이 겹치면서 반복의 테두리가 계속 흐려집니다. Alice Coltrane – Ptah, the El Daoud에서 하프가 공간을 넓히는 방식과 닮은 구석이 있으면서도, 이쪽은 선율보다 리듬의 바닥을 만드는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 들렸습니다.

크게 솟구치는 독주가 없어도 반복 안쪽의 온도는 조금씩 달라지고, 그 미세한 변화가 음반의 긴장을 오래 붙잡아두는 듯했습니다. 한 곡을 떼어 들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이어 들을 때 더 자연스러웠으며, “White Nile”은 그 흐름이 가장 선명하게 모이는 자리처럼 느껴집니다.
패키지 안의 기록
패키지를 펼치면 우주 사진 위에 아프리카 계열 문양이 놓이고, 공연 장면에는 하프와 베이스, 기타, 전통적인 옷차림이 아무 구분 없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조합은 바깥에서 가져온 이미지라면 장식적으로 보이기 쉬운데, Cohran이 오랫동안 이어온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화 연구와 교육 활동을 생각하면 오히려 날것 자체가 그대로 남은 기록에 가깝습니다.


게이트폴드의 별 사진과 제목 띠는 음악의 느린 회전을 시각으로 옮긴 것처럼 보이고, 안쪽의 공연 사진들은 이 편성이 실제 무대에서 어떻게 배치됐는지를 꽤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연주자와 곡명이 정리된 뒷면도 여백이 넓어서 정보가 과밀해지지 않으며, 음악에서 느껴지는 절제와 비슷한 리듬을 만듭니다.



이번 판에는 Cohran 가족이 보관하던 사진과 Adler의 프로그램 자료가 함께 실려 있고, 그것만으로도 녹음 당시의 맥락을 따라가기에 충분했습니다. 재발매 사양을 길게 늘어놓기보다 이 자료들이 왜 남아 있는지를 보는 편이 음반의 성격에는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더 따라가보고 싶은 쪽은 음반 수집 정보보다 Cohran이 직접 만든 Frankiphone입니다. 하프와 엄지피아노 사이에 걸린 듯한 소리를 새 악기로 구현하고, 그것을 교육과 공동체 활동까지 이어갔다는 사실에는 Arkestra 경력과 다른 탐색거리가 남아 있습니다. African Skies를 듣고 나면 Sun Ra의 옆길에서 시작한 관심이 한 사람의 악기 발명과 시카고 활동으로 이동하는데, 다음 음반은 이 소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남은 기록부터 찾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트랙 목록

A면
1. Theme — 4:19
2. White Nile — 10:10
3. Cohran Blues — 6:43

B면
1. The Dogon — 2:49
2. Sahara — 5:26
3. Kalahari — 1:47
4. Kilimanjaro — 6:16
듣기
Bandcamp — African Skies
Spotify — African Skies
더 읽을거리
Listening Position / Stones Throw — African Skies 소개
AACM — Kelan Phil Coh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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