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Coltrane – Coltrane In Japan

John Coltrane — soprano saxophone, alto saxophone
Pharoah Sanders — alto saxophone, tenor saxophone, percussion
Alice Coltrane — piano
Jimmy Garrison — bass
Rashied Ali — drums

1966년 7월 22일 도쿄 실황 녹음, Mono
Impulse! / ABC Records  IMR-9036C  3LP Box
東芝音楽工業 프레싱  1973년 발매

죽기 꼭 1년 전의 실황입니다

1966년 7월, Coltrane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본에 갑니다.
7월 8일 도쿄에 내렸고 2주 동안 17회 공연이라는 꽤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이 박스는 그중 7월 22일 도쿄 공연을 담은 실황이고요.
그리고 거의 정확히 1년 뒤인 1967년 7월 17일에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니까 이건 말년의 기록 정도가 아니라 마지막 장에 가까운 기록입니다.
당시 건강이 이미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 무대 위에서는 곡마다 30분 안팎을 쉬지 않고 밀어붙입니다.
아래 박스 사진 왼쪽에 붙어있는 금색 스티커 이야기는 글 마지막에 따로 하겠습니다.

Coltrane In Japan 박스 앞면 — 색소폰을 부는 John Coltrane의 사진과 왼쪽의 금색 SJ Seal Of Approval 스티커

일본에서 Coltrane은 거의 록스타였습니다

공항에 수천 명이 몰려왔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닙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던 Jimmy Garrison이 “우리 비행기에 무슨 높은 사람이라도 탔냐”고 물었다는 일화가 남아있을 정도인데, 정작 현수막에는 WELCOME JOHN COLTRANE QUINTET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Coltrane 음반은 타이틀당 3만 장쯤 팔렸다고 합니다.
인구가 두 배 가까운 미국 판매량과 맞먹는 숫자였고요.

7월 9일 기자회견에서 “10년 뒤에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Coltrane이 “성인(saint)이 되고 싶다”고 답한 것도 이 투어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이 한마디는 이후 Coltrane의 신격화에 단단히 한몫했는데, 사실 재즈 연구자 Lewis Porter는 이게 Sonny Rollins의 옛 발언을 받아친 농담에 가까웠다고 봅니다.
녹음을 들어보면 John과 Alice 둘 다 웃고 있다고 하고요.
농담이었든 진심이었든, 나가사키 평화공원을 직접 찾아가 고개 숙여 기도했던 사람이니 아주 빈말은 아니었을 겁니다.
이 박스의 첫 곡이 Peace On Earth라는 것도 그 장면과 겹쳐서 들립니다.

이 실황에서 Coltrane은 테너를 안 붑니다

크레딧을 보면 좀 이상합니다.
John Coltrane — soprano saxophone, alto saxophone.
테너가 없습니다.
투어 중에 Yamaha가 Coltrane과 Pharoah Sanders에게 알토 색소폰 시제품을 선물했는데, 받자마자 무대에서 바로 세워버렸기 때문입니다.
새 악기를 시험 삼아 몇 소절 불어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메인으로 쓴 거고요.
덕분에 이 녹음에는 Coltrane 커리어에서 흔치 않은 긴 알토 연주가 담겨 있습니다.

편성은 이른바 마지막 퀸텟입니다.
McCoy Tyner와 Elvin Jones가 떠난 자리에 Alice Coltrane과 Rashied Ali가 들어왔고 Pharoah Sanders가 화력을 더했습니다.
이 멤버 교체가 시작되던 과도기의 기록이 얼마 전에 다룬 Kulu Sé Mama고요.
거기서 조금씩 보이던 방향이 여기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래 슬리브 사진 속 소프라노를 든 모습이 딱 이 시기의 얼굴입니다.

박스 안쪽 첫 번째 디스크 슬리브 — 소프라노 색소폰을 든 Coltrane의 흑백 사진, 우측 상단에 IMR-9037 표기

My Favorite Things가 57분입니다

B면에서 시작한 My Favorite Things는 한 면을 다 쓰고도 모자라 두 번째 판 앞면까지 이어집니다.
합치면 57분쯤 됩니다.
1961년 스튜디오 원곡이 13분대였으니 네 배가 넘는 길이인데요.
곡은 Jimmy Garrison의 무반주 베이스 솔로로 시작합니다.
이 인트로만 따로 트랙 제목이 붙어있을 정도로(Introduction To My Favorite Things) 비중이 큽니다.
솔로가 끝나고도 한참을 헤매다가 그 유명한 왈츠 멜로디가 딱 나오는 순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순간 때문에 이 버전을 듣습니다.

Alice Coltrane의 피아노는 McCoy Tyner처럼 코드를 쌓아 올리기보다 하프처럼 넓게 펼치는 쪽입니다.
Rashied Ali의 드럼은 박자를 세어주기보다 파도처럼 계속 밀려오고요.
같은 곡이 5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생명체가 된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곡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잘 못 합니다.
배경으로 쓰기에는 자꾸 하던 손을 멈추게 하는 구간이 많아서요.
뒷면의 Leo는 반대로 처음부터 전력 질주하는 곡이라, 두 색소폰이 번갈아 소리를 찢는 45분을 버티고 나면 꽤 개운합니다.

5면짜리 박스라 마지막 면이 비어있습니다

손글씨체 트랙리스트가 인쇄된 이너슬리브 석 장 — 세 번째 슬리브의 B면 자리는 빈 줄만 그어져 있다

3LP인데 수록면은 다섯 면입니다.
그래서 세 번째 판 뒷면에는 소리골이 없습니다.
이너슬리브가 재미있는데, 트랙리스트가 손글씨체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세 번째 슬리브는 B) 옆에 그냥 빈 줄 하나만 그어놨고요.
다섯 면만 쓰고 한 면을 통째로 비워둔 배짱도 지금 보면 신선합니다.
저는 이 슬리브들 꺼내서 늘어놓고 보는 재미로도 이 박스를 삽니다.
음원이 mono인 것도 이유가 있는데, 애초에 일본 라디오 방송용으로 녹음된 소스이기 때문입니다.

미국판보다 일본판이 곱절로 큽니다

같은 1973년에 미국에서는 Concert In Japan이라는 2LP로 나왔습니다.
일본판인 이 박스는 3LP고, 57분짜리 My Favorite Things가 통째로 더 들어있습니다.
자기 나라에서 녹음된 실황이니 일본 시장에만 더 크게 낸 것이고요.
1977년에는 다른 날 공연을 담은 Second Night In Tokyo가 역시 일본에서만 나왔고, 1991년에 두 밤을 전부 모은 Live In Japan 4CD가 나오면서 전모가 정리됐습니다.
이 실황들의 발매에는 Alice Coltrane이 프로듀서로 참여했습니다.

솔직히 아무한테나 권하는 박스는 아닙니다

단점부터 말씀드리면, 음원 자체가 방송용 mono라 소리가 뭉개지는 구간이 있고 악기 밸런스도 들쑥날쑥합니다.
BalladsA Love Supreme의 Coltrane을 기대하고 틀면 당황하실 수 있고요.
곡 하나가 30분씩 가는 후기 프리재즈가 처음이라면 이 박스보다 스튜디오반부터 듣는 편을 추천합니다.
반대로 Meditations 이후의 Coltrane이 좋았던 분이라면 이건 그냥 필청입니다.
실황 특유의 밀어붙이는 에너지는 스튜디오반이 못 따라가고, 저도 스튜디오반이 좀 심심해지는 날에 이 박스를 꺼내게 됩니다.

Side 1 임펄스 레이블 클로즈업 — 주황 테두리의 impulse! abc 로고, IMR-9036C, Peace On Earth 표기

제 판에는 Swing Journal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건 東芝音楽工業 프레싱입니다.
박스 모서리는 꽤 해졌고 비닐도 반쯤 벗겨진 채인데, 50년 된 박스가 너무 멀쩡하면 사실 그게 더 수상합니다.
위 레이블 사진 테두리를 자세히 보시면 Toshiba Musical Industries 각인이 빙 둘러 찍혀 있고요.
박스 앞면의 금색 리본 모양 SJ Seal Of Approval 스티커는 당시 일본 재즈지 Swing Journal이 선정한 골드디스크 인증입니다.
공교롭게도 기자회견에서 그 ‘성인’ 질문을 던진 사람이 훗날 Swing Journal 편집장이 되는 젊은 기자였다고 하니, 이 음반과 일본의 인연은 여러 겹입니다.
당시 정가는 4,000엔.
1973년 물가로는 꽤 각 잡고 낸 박스였습니다.
57분짜리 곡 듣자고 판을 한 번 뒤집어야 하는 건 분명 번거로운데, 이 박스는 이상하게 그 번거로움이 별로 안 싫습니다.


I
A. Peace On Earth  26:35
B. Introduction To My Favorite Things / My Favorite Things  26:18

II
A. My Favorite Things (Continued)  31:30
B. Leo  17:15

III
A. Leo (Continued)  28:25
B. —

듣기
YouTube — My Favorite Things (1966. 7. 22 실황, 공식 음원)
YouTube — Peace On Earth
Spotify — Concert In Japan (1966 / Deluxe Edition, 이 박스의 수록곡 포함)

더 읽을거리
Coltrane Code — 1966년 일본 투어의 전 과정을 정리한 글
Lewis Porter — ‘성인이 되고 싶다’ 발언의 전말
Wikipedia — 녹음과 발매 경위
외국어 페이지는 크롬에서 우클릭 → ‘한국어(으)로 번역’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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