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rice Rushen – Prelusion

Patrice Rushen — acoustic & electric piano, Clavinet, ARP synthesizer
Oscar Brashear — trumpet, flugelhorn · George Bohanon — trombone · Hadley Caliman — flute, alto flute, soprano sax · Joe Henderson — tenor sax
Tony Dumas — electric bass · Leon “Ndugu” Chancler — drums · Kenneth Nash — percussion
Recorded at Fantasy Studios, Berkeley · August 1974 · Prestige P-10089

스무 살도 안됐는데 멤버들이 이렇습니다

Forget Me Nots 같은 곡으로 Patrice Rushen을 먼저 알게 되셨다면 이 앨범은 처음 들었을때 좀 의외일수 있습니다.
저도 아무래도 그쪽 이미지가 먼저 있다보니 예전에는 재즈 앨범도 냈었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요.
그것도 잠깐 재즈를 했던 정도가 아니라 이게 첫 앨범입니다.

1974년 8월 녹음 당시에는 스무살도 안됐습니다.
그런데 같이 들어온 멤버들을 보면 또 좀 이상합니다.
Joe Henderson이 있고 Hadley Caliman, Oscar Brashear, George Bohanon에 드럼은 Ndugu Chancler입니다.
지금 보면 신인 첫 앨범에 왜 이런 사람들이 다 들어와있나 싶은 정도고요.
그렇다고 유명한 선배들 불러놓고 Rushen이 뒤에서 피아노만 얌전히 치는 앨범도 아닙니다.
곡도 전부 본인이 썼습니다.

Patrice Rushen - Prelusion 앨범 상세 사진

갑자기 나타난 신인은 아니고요

나이만 놓고 보면 갑자기 나타난 천재 신인 같은 이야기인데 사실 그 전부터 꽤 이것저것 하고 있었습니다.
어릴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고 Locke High School에서는 Reggie Andrews에게 재즈를 배웠습니다.
1972년 Monterey Jazz Festival에 나갔을때가 열일곱살이었고 이후 Melba Liston, Abbey Lincoln 같은 사람들과도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Prestige와 계약하면서 자기 이름으로 첫 앨범을 만들게 된거고요.

Patrice Rushen - Prelusion 크레딧과 라이너 노트

앨범에서는 어쿠스틱 피아노만 치는것도 아닙니다.
일렉트릭 피아노에 Clavinet, ARP 신시사이저까지 이것저것 꽤 많이 만집니다.
그렇지만 당시 퓨전 앨범들처럼 전자악기를 앞에 확 내세우는 느낌은 아니고요.
기본은 재즈인데 중간중간 다음에 어디로 갈지 조금씩 보이는 정도입니다.
나이를 생각하고 들으면 아무래도 좀 신기한 앨범이긴 합니다.

곡 제목들도 좀 특이합니다

Shortie’s Portion, Haw-Right Now, Puttered Bopcorn 같은 제목들이 붙어있고 7/73은 그냥 날짜처럼 써놨습니다.
곡은 전부 다섯곡인데 대부분 꽤 깁니다.
7/73은 12분이 넘고 Traverse도 10분이 넘습니다.
그래서 곡수가 적다기보다는 LP 한면씩 길게 듣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Patrice Rushen - Prelusion 트랙리스트와 연주자 정보

개인적으로는 첫곡 Shortie’s Portion부터 이 앨범 분위기가 거의 다 나오는것 같습니다.
관악기가 한꺼번에 들어왔다가 Rushen의 피아노가 나오고 조금 지나면 Joe Henderson이 받아가는데요.
Joe Henderson 이름이 워낙 크다보니 처음에는 아무래도 그쪽으로 귀가 가는데 막상 들어보면 특별 게스트처럼 튀어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냥 밴드 안에 자연스럽게 섞여있습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고요.
멤버 이름만 보면 상당히 화려한데 음악은 의외로 누가 더 앞에 나가느냐 하는 식으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Patrice Rushen - Prelusion 라이너 노트 사진

이후 앨범들이랑 같이 들어보면 더 재미있고요

Patrice Rushen의 나중 음악을 알고 있다면 이 앨범만 따로 듣는것보다 Prestige 시절 세장을 순서대로 들어보는것도 재미있습니다.
다음 앨범 Before the Dawn에서는 전기적인 소리가 좀 더 많아지고 Shout It Out으로 가면 펑크쪽이 훨씬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1978년 Elektra로 옮긴 뒤에는 보컬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많이 알고있는 Patrice Rushen 쪽으로 갑니다.

때문에 Prelusion을 나중에 찾아 들으면 “R&B 가수가 예전에는 재즈도 했구나”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순서가 반대입니다.
원래 재즈에서 시작했고 이후에 펑크나 R&B쪽으로 계속 넓혀간 사람이라고 보는게 맞을듯 합니다.
그 시작점이 이 앨범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이후의 유명한 곡들보다 이런 초기 Prestige 시절을 더 좋아하는 분들도 꽤 있을것 같습니다.

Patrice Rushen - Prelusion Side 1 레코드 라벨

곡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Shortie’s Portion은 첫 몇분만 들어도 이 앨범이 단순히 ‘어린 천재의 데뷔작’으로 끝날 물건은 아니라는게 보입니다.
관악 편곡이 꽤 빽빽하고 한 덩어리로 밀고 들어왔다가 금방 공간을 비워주는데요.
Tony Dumas의 베이스는 밑에서 계속 그루브를 만들고 Ndugu Chancler는 박자를 무겁게 찍기보다 앞으로 굴립니다.
그 위에서 Rushen은 피아노로 밴드를 정리하면서도 솔로에 들어가면 꽤 공격적으로 움직이고요.
Joe Henderson이 워낙 존재감이 큰 사람인데도 이 곡에서는 ‘Joe Henderson이 참여한 Patrice Rushen 앨범’이지 반대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7/73은 더 재미있습니다.
12분이 넘는데도 그냥 솔로를 길게 이어붙인 곡은 아닙니다.
퍼커션이 계속 밑에서 움직이고 관악기는 살짝 불협화음처럼 걸렸다가 풀리기를 반복합니다.
Hadley Caliman의 플루트가 들어오면 갑자기 공기가 조금 가벼워지고요.
최근 리뷰에서는 초기 Return to Forever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저는 그 말이 어느정도 이해됩니다.
다만 Chick Corea 쪽보다 훨씬 검고 묵직한 그루브가 깔려있습니다.
곡 제목이 날짜처럼 생겨서 대충 만든 작업 제목인가 싶지만 음악은 전혀 대충이 아닙니다.

B면의 Haw-Right Now으로 넘어가면 갑자기 Herbie Hancock의 Headhunters 근처까지 갑니다.
그렇다고 아예 펑크로 넘어가지는 않고 계속 재즈의 문법 안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이 앨범의 재미가 딱 여기 있습니다.
한 곡 안에서도 ‘이제 퓨전으로 가나?’ 싶으면 다시 포스트밥으로 돌아오고, 좀 얌전해지나 싶으면 신시사이저가 튀어나옵니다.
장르를 섞겠다고 작정하고 만든 느낌보다는 원래 여러 음악을 같이 듣던 사람이 자연스럽게 꺼내놓은 느낌에 가깝습니다.

마지막 곡은 다음 시절을 미리 보여주는것 같고요

Traverse는 중간 템포로 길게 흘러가는데 Rushen의 어쿠스틱 피아노와 리듬 섹션을 듣기 좋은 곡입니다.
화려하게 터뜨리기보다 밴드가 서로 공간을 주면서 조금씩 밀도를 올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Puttered Bopcorn에서는 전기 키보드와 ARP 신시사이저가 훨씬 앞으로 나옵니다.
곡도 4분 남짓이라 앞의 긴 곡들과 달리 압축돼 있고요.
여기까지 오면 다음 두장의 Prestige 앨범에서 펑크와 전기음악 쪽으로 갈 준비가 이미 끝나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Rushen과 Ndugu는 이후 Jean-Luc Ponty의 Upon the Wings of Music에도 참여합니다.
첫 앨범을 막 낸 스무살 안팎의 두 연주자가 곧바로 당시 퓨전의 한복판으로 들어간 셈이고요.
Rushen은 이후 세션 연주자로도 엄청나게 바빠집니다.
그래서 Prelusion을 듣고 나서 나중의 Forget Me Nots로 바로 점프하면 중간이 확 잘린 느낌인데, Prestige 세장과 70년대 세션 작업을 사이에 놓으면 흐름이 꽤 자연스럽습니다.

요즘 다시 발견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재미있는건 지금도 Patrice Rushen을 R&B나 디스코 쪽으로 먼저 알았다가 이 음반을 뒤늦게 발견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입니다.
Reddit에서도 Forget Me Nots를 알던 사람이 레코드 가게에서 Prelusion을 집었다가 ‘이 사람이 원래 이런 재즈를 했다고?’ 하고 놀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Prestige 시절 세장을 원반으로 모으는 사람들도 있고요.
40~50년이 지나도 발견 순서가 거꾸로인 앨범인 셈입니다.
오히려 그래서 처음 들었을때의 재미가 더 큰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Pitchfork에서도 Rushen의 데뷔작을 거의 Blue Note 클래식 재발매처럼 느껴지는 단단한 재즈 음반으로 짚었습니다.
반대로 다른 리뷰에서는 Shortie’s Portion의 편곡이 너무 많은걸 한꺼번에 넣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저는 그 약간 과한 느낌까지 포함해서 데뷔작답다고 생각합니다.
스무살도 안된 사람이 ‘일단 할수 있는건 다 해보자’ 하고 벌여놓은 느낌이 있는데 이상하게 밴드가 그걸 다 받아냅니다.
멤버가 멤버인지라 가능한 일이고요.
잘 정돈된 완성품이라기보다 재능이 여기저기 삐져나오는 앨범에 가깝고, 그래서 더 오래 듣게 되는것 같습니다.

트랙리스트

Side A
1. Shortie’s Portion — 8:42
2. 7/73 — 12:42

Side B
1. Haw-Right Now — 8:00
2. Traverse — 10:53
3. Puttered Bopcorn — 4:15


듣기

YouTube — Patrice Rushen, Prelusion 전체 앨범
Spotify — Patrice Rushen, Prelusion 전체 앨범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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