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 Hill – Compulsion!!!!!
Blue Note BST 84217 · 1967
Recorded October 8, 1965 · Van Gelder Studio, Englewood Cliffs, New Jersey
Produced by Alfred Lion · Recorded by Rudy Van Gelder
Andrew Hill – piano
Freddie Hubbard – trumpet, flugelhorn
John Gilmore – tenor saxophone, bass clarinet
Cecil McBee – bass
Richard Davis – bass (Premonition)
Joe Chambers – drums
Nadi Qamar – African drums, thumb piano, percussion
Renaud Simmons – conga, percussion

리듬
Andrew Hill 음반을 들을 때는 피아노보다 드럼을 먼저 따라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Compulsion!!!!!은 그게 특히 심합니다. Joe Chambers의 드럼에 Nadi Qamar와 Renaud Simmons의 percussion이 붙고, Cecil McBee와 Richard Davis까지 들어오니 처음부터 리듬이 한 줄로 가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박자를 치는 것 같은데 계속 한 덩어리로 굴러가고, Hill도 그 위에서 피아노를 예쁘게 정리하기보다 거의 타악기처럼 두드립니다. 복잡한데 몸으로는 바로 잡히고, 프리 재즈인데도 반복해서 듣기가 어렵지 않은 이유가 저는 이 리듬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전에 올린 John Coltrane – Kulu Sé Mama에서 percussion이 음악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방식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Compulsion!!!!! 쪽이 훨씬 더 촘촘하고 불안하게 박자를 밀고 당기는 느낌입니다.

타이틀곡 Compulsion은 14분이 넘는데도 길다는 생각보다 리듬이 어떻게 겹치고 빠지는지를 계속 따라가게 됩니다. 같은 groove가 반복되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 모양이 바뀌어 있고, 그런 점에서는 전자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재미와도 좀 닿아 있습니다. 소리 자체를 비교하자는 얘기는 아니고, Overmono 같은 음악에서 반복되는 리듬이 조금씩 겹치고 빠지면서 전체가 다른 모양으로 들리는 그 재미 말입니다. 1965년 acoustic jazz를 듣다가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좀 웃기지만 저는 실제로 그렇게 들립니다.

Andrew Hill
사진만 보면 그냥 배 나온 동네 아저씨 같은데 음악에 미친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 음반에서는 그게 피아노 솔로를 얼마나 세게 치느냐보다 밴드 전체를 움직이는 방식에서 더 잘 들리는 것 같습니다. Hill이 앞에서 혼자 끌고 간다기보다 각 연주자에게 서로 다른 일을 시켜놓고 그게 부딪치는 걸 그대로 음악으로 만드는 쪽이고, 그래서 저는 Hill의 솔로 하나를 떼서 듣기보다 전체가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듣는 게 훨씬 재미있습니다.

John Gilmore
John Gilmore가 들어 있다는 것도 이 음반을 자꾸 집게 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Sun Ra에서 듣던 그 사람을 Blue Note의 Andrew Hill 세션에서 듣는 것부터 재미있고, 여기서는 Freddie Hubbard와 둘이 앞에서 계속 불어대기보다 복잡한 리듬 사이로 들어갔다 나왔다 합니다. tenor saxophone뿐 아니라 bass clarinet도 쓰는데 이 편성이 Compulsion!!!!!의 좀 이상하고 묵직한 분위기와 잘 맞습니다. 반대로 Legacy에서는 Hubbard와 Gilmore가 빠지기 때문에 리듬과 Hill의 피아노가 훨씬 적나라하게 남습니다. Freddie Hubbard는 전에 올린 Wayne Shorter – Super Nova에도 들어가 있는데, 같은 Blue Note라도 그쪽의 정돈된 ensemble 안에서 듣는 Hubbard와 여기서 이 복잡한 리듬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Hubbard는 꽤 다르게 들립니다.

Joe Chambers
결국 저는 이 음반에서 Joe Chambers를 제일 오래 따라가게 됩니다. 이미 percussionist가 두 명이나 있어서 조금만 더 치면 정신없어질 것 같은데 Chambers는 그 사이를 계속 정리하면서도 음악을 얌전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세 명의 타악기가 계속 주고받는데 누구 하나가 반주 역할로 물러나는 느낌도 별로 없고, 그 상태에서 groove가 유지됩니다. Andrew Hill과 Joe Chambers가 왜 잘 맞는지 가장 쉽게 들리는 음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Liner notes
Nat Hentoff의 원래 liner notes를 읽으면 이 음반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가 꽤 직접적으로 나옵니다. Hill은 이 음반에서 흑인 음악의 전통과 African rhythm의 뿌리를 다루려고 했고, 피아노도 lyrical한 악기보다는 percussive한 악기로 쓰려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 음반을 들으면서 피아노보다 먼저 드럼과 percussion을 따라가게 되는 게 그냥 우연은 아닌 셈입니다. 지금 들으면 굳이 설명을 몰라도 바로 느껴지는 부분인데, liner notes를 읽고 나면 Hill이 처음부터 꽤 명확하게 작정하고 만든 음반이었다는 게 보입니다.

곡 제목도 그냥 분위기에 맞춰 붙인 게 아닙니다. Legacy는 Afro-American legacy를 직접 가리키고, Premonition은 단순히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를 내다본다는 뜻이 아니라 뒤를 충분히 돌아봐야 앞으로 올 것을 알 수 있다는 식으로 Hill이 설명합니다. 마지막 Limbo는 당시 많은 흑인들이 자기 heritage와 연결되지 못한 채 놓여 있다고 Hill이 본 상태를 제목으로 가져온 곡이고요. 이런 설명을 알고 다시 네 곡을 이어 들으면 이 음반이 단순히 African percussion을 집어넣은 실험적인 Blue Note 세션은 아니었다는 게 훨씬 분명해집니다.

네 곡
곡은 네 개뿐이고 전부 깁니다. 그런데 한 곡씩 성격을 과하게 나눠서 듣기보다 A면부터 B면까지 그냥 이어 듣는 편이 저는 좋습니다. Compulsion에서 잔뜩 벌여놓고 Legacy에서 편성을 줄였다가, B면의 Premonition과 Limbo로 넘어가면서 다시 밀도가 달라집니다. 아주 난폭하게 밖으로 터지는 프리 재즈라기보다 여러 사람이 계속 주고받으면서 긴장을 놓지 않는 쪽이고, 그래서 Andrew Hill 음반 중에서도 리듬과 인터플레이를 듣는 재미가 특히 큰 음반 같습니다.


Tracklist
Side A
1. Compulsion – 14:15
2. Legacy – 5:50

Side B
1. Premonition – 10:32
2. Limbo –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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