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t Machine – Fourth

Artist
Soft Machine

Album
Fourth

Label / Cat.No.
CBS – 64280

Released
1971년 2월

Recorded
1970년 10월–11월, Olympic Studios, London

Country
UK

Pressing
Reissue

Personnel
Mike Ratledge — organ, piano
Hugh Hopper — bass
Elton Dean — alto saxophone, saxello
Robert Wyatt — drums
Roy Babbington — double bass
Mark Charig — cornet
Nick Evans — trombone
Jimmy Hastings — alto flute, bass clarinet
Alan Skidmore — tenor saxophone

Producer
Soft Machine

Engineer
George Chkiantz

사이키델릭 경유

이 판은 사실 재즈 쪽에서 온 게 아니라 사이키델릭 쪽에서 흘러들어온 앨범입니다.
저는 그레이트풀 데드부터 시작해서 60~70년대 사이키델릭 록을 건드리는 밴드들에 관심이 많았고, 넓게 보면 마일스 데이비스의 Bitches Brew 같은 앨범도 그 연장선에서 엄청 좋아했는데요.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맬 왈드론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던 독일 크라우트록 밴드 엠브리오(Embryo)도 그 맥락에서 즐겨 듣던 팀입니다.
그렇게 듣다 보니 소프트 머신 초반 1~4집이 좋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봤고, 그래서 이 앨범도 구하게 된 거고요.

들어보니 실제로 되게 좋더라고요.
그냥 쭉 듣기에 부담이 없으면서도 매끈한데, 저도 아직 이쪽 장르를 깊게 판 건 아니라서 일단 명반이라니까 사서 들어보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다만 사이키델릭 록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꽤 좋아할 만한 앨범인 건 분명해 보이고요.

재미있는 건, 정작 이 앨범에는 사이키델릭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소프트 머신은 1966년 캔터베리에서 사이키델릭 록 밴드로 출발했지만, Third를 거치며 재즈 쪽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고, Fourth에 오면 보컬이 한 곡도 없는 전곡 연주 앨범이 됩니다.
밴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고요.
그러니까 사이키델릭을 따라 거슬러 올라갔더니 도착한 곳이 재즈였다는, 저한테는 좀 묘한 경로의 앨범인 셈입니다.

1971년 2월

Soft Machine Fourth LP 뒷면 커버

녹음은 1970년 10월과 11월, 롤링 스톤스가 살다시피 하던 런던 올림픽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고, 발매는 1971년 2월입니다.
라인업은 흔히 “클래식 쿼텟”이라 불리는 Mike Ratledge(오르간), Hugh Hopper(베이스), Elton Dean(알토 색소폰·색셀로), Robert Wyatt(드럼) 네 명이고, 여기에 게스트가 다섯 명 붙습니다.
더블 베이스의 Roy Babbington, 코넷의 Mark Charig, 트롬본의 Nick Evans, 그리고 알토 플루트와 베이스 클라리넷의 Jimmy Hastings, 테너의 Alan Skidmore까지.
채리그와 에번스는 1969년 잠깐 존재했던 7인조 시절 멤버였고, 배빙턴은 1973년에 정식 멤버로 합류하게 되는 인물이라, 게스트 명단만 봐도 이 밴드의 과거와 미래가 한 장에 겹쳐 있는 느낌이 듭니다.

Soft Machine Fourth 뒷면 크레딧 확대

위 사진처럼 뒷면 크레딧을 확대해서 보면 작곡 지분이 재미있는데, 리더 격인 래틀리지가 한 곡, 엘튼 딘이 한 곡이고, 나머지 — Kings and Queens와 B면 전체를 차지하는 Virtually 모음곡 — 는 전부 베이시스트 휴 호퍼의 곡입니다.
이 앨범을 사실상 호퍼의 앨범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 이유고요.

Side A

Soft Machine Fourth Side A 레이블

첫 곡 Teeth는 래틀리지의 곡인데, 9분 넘는 러닝타임 동안 박자가 계속 바뀌면서 혼 섹션이 겹겹이 쌓이는 구성입니다.
프랭크 자파의 퓨전 쪽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 많고, 실제로 퍼즈 오르간 위로 딘의 색소폰이 솟구치다가 혼 전체가 합류해서 밀어붙이는 후반부는 이 시기 소프트 머신의 정점 같은 순간으로 보입니다.
다만 평이 갈리는 곡이기도 한데, 전개가 본론에 닿기까지 너무 오래 끈다고 지루해하는 쪽과 이 앨범 최고의 곡으로 꼽는 쪽이 팽팽합니다.
저는 와이엇의 드럼을 따라가며 듣는 편이 재미있었는데, 자유롭게 흩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곡의 뼈대를 정확히 붙잡고 있거든요.

두 번째 Kings and Queens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호퍼의 최면적인 베이스 라인이 파도처럼 반복되는 위로 딘이 색셀로로 길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부는 곡인데, 앨범에서 가장 사랑받는 트랙이고 훗날 딘과 호퍼가 결성한 Soft Machine Legacy가 라이브에서 다시 꺼내 든 곡이기도 합니다.
폭풍 사이의 잠깐의 휴식 같달까요.

A면의 마지막 Fletcher’s Blemish는 엘튼 딘이 밴드에 처음으로 써온 곡으로, 앨범에서 가장 프리한 트랙입니다.
배빙턴의 활로 긋는 더블 베이스, 불길하게 번지는 오르간, 서로 부딪히는 혼들이 뒤엉키는데, 듣기 편한 곡은 아니지만 이 밴드가 당시 유럽 프리 재즈 신과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곡 같습니다.

Side B — Virtually

Soft Machine Fourth Side B 레이블

뒷면은 통째로 호퍼의 4부작 Virtually입니다.
20분짜리 모음곡인데, 딱딱 나뉜 조곡이라기보다 하나의 긴 흐름이 서서히 형태를 바꿔가는 쪽에 가깝고요.
Part 2 후반부의 밀도가 특히 좋다는 평이 많고, 마지막 Part 4는 헤이스팅스의 베이스 클라리넷이 낮게 깔리면서 명상적으로 잦아드는데, 앨범 전체의 마침표로 잘 어울리는 엔딩인 듯합니다.
중간에 살짝 늘어지는 구간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LP 한 면을 앉은자리에서 통으로 듣는 경험 자체가 이 곡의 본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고요.

이 곡은 실제 라이브에서도 핵심 레퍼토리였는데, 발매 직후인 1971년 3월 독일 브레멘의 Beat Club 방송에서 이 라인업이 Virtually를 연주하는 영상이 남아 있습니다.
스튜디오 버전과 꽤 다른 호흡이라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고요.

Robert Wyatt

이 앨범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로버트 와이엇입니다.
창단 멤버이자 밴드의 목소리였던 와이엇은 이 앨범에서 노래도 부르지 않고 곡도 쓰지 않은 채 드럼만 쳤고, 발매 몇 달 뒤인 1971년 8월 밴드를 떠납니다.
본인은 해고당했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그 전 해에 이미 솔로 앨범 The End of an Ear를 냈는데, 커버에 자기 소개를 “현재 소프트 머신에서 드럼을 치고 있는 실직한 팝 싱어”라고 적어놓은 걸 보면 심경이 어땠는지 짐작이 갑니다.
이후 그는 Machine Molle(소프트 머신의 프랑스어)를 비튼 이름의 Matching Mole을 결성하게 되고요.

그러니까 Fourth는 밴드가 재즈로 완전히 넘어간 첫 앨범인 동시에, 초창기 사이키델릭 시절의 마지막 조각이 떨어져 나가기 직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와이엇이 남긴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에서 그의 드럼이 유난히 자유롭게 들리는 게, 알고 들으면 조금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떠나기 직전인 1971년 1월 브뤼셀 공연 실황이 컬러 영상으로 남아 있는데, 이 쿼텟이 무대에서 어떤 밴드였는지 보기에 이만한 자료가 없는 듯합니다.

평가

당대와 지금의 평가를 훑어보면 대체로 이렇게 모입니다.
클래식 쿼텟의 정점을 기록한 앨범으로 꼽는 시각이 있는 반면, Third의 실험성과 이후 앨범들의 매끈한 퓨전 사이에 낀 과도기로 보는 시각도 있고요.
로버트 크리스트가우는 B를 줬고, 프로그 쪽 리스너들 사이에서는 “재즈로 너무 가버렸다”는 불만과 “그래서 좋다”는 반응이 공존합니다.
저는 후자 쪽인데, 캔터베리 특유의 위트를 기대하고 들으면 당황할 수 있어도, Bitches Brew 이후의 전기 재즈 지형 안에서 들으면 상당히 자연스럽게 들리는 앨범이거든요.
첫 소프트 머신으로는 Third를 권하는 사람이 많지만, 재즈 쪽에서 넘어오는 리스너라면 오히려 여기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A
1. Teeth  9:15
2. Kings and Queens  5:02
3. Fletcher’s Blemish  4:35

B
1. Virtually Part 1  5:16
2. Virtually Part 2  7:09
3. Virtually Part 3  4:33
4. Virtually Part 4  3:23

듣기
YouTube — 전곡 재생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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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을거리
Progrography — Fourth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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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es and Dust — 와이엇 탈퇴 전후의 소프트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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