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Keith Jarrett
Album
Death and the Flower
Label / Cat.No.
MCA Records VIM-4601 (원반 Impulse! ASD-9301)
Released / Recorded
1975년 발매 · 일본반 1979년
1974년 10월 9일, 10일 녹음
Generation Sound Studios, New York City
Country / Pressing
Japan · Victor Musical Industries 프레싱
게이트폴드, 해설지 동봉
Personnel
Keith Jarrett — piano, soprano saxophone, wood flute, osi drum, percussion
Dewey Redman — tenor saxophone, musette, maracas
Charlie Haden — bass
Paul Motian — drums, percussion
Guilherme Franco — percussion
Producer / Engineer
Ed Michel — producer
Tony May — recording
Baker Bigsby — mix
Kendun Recorders — mastering
1974년 10월
1974년 10월 9일과 10일, 뉴욕 Generation Sound Studios.
이틀입니다. 이 이틀에서 나온 재료로 Impulse!는 앨범을 두 장 만들었는데, 하나가 이 Death and the Flower이고 다른 하나가 Back Hand예요. 보통 이런 식으로 몰아서 녹음하면 한 장은 남은 것들로 채운 티가 나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그런 느낌이 거의 안 나는 것 같습니다.

이 무렵 Keith Jarrett은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습니다. 독일 ECM에서는 Jan Garbarek이 있는 European Quartet과 솔로 피아노를 했고, 미국 Impulse!에서는 이 American Quartet을 끌고 갔어요. Charlie Haden과 Paul Motian은 원래 트리오 시절부터 같이 하던 사람들이고, 1972년에 Dewey Redman이 들어오면서 4인조가 됐습니다. 여기에 브라질 출신 퍼커셔니스트 Guilherme Franco가 붙었고요.
아무래도 Jarrett 하면 The Köln Concert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그 공연이 이 녹음으로부터 딱 석 달 뒤인 1975년 1월 24일입니다. 시기상으로 붙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이어져 있는 셈이에요.
커버
Dave Jarvis가 그린 커버 일러스트는 콘크리트 바닥에 놓인 장미 한 송이입니다. 사진 촬영은 Philip Melnick, 앨범 디자인은 Tim Bryant고요. 뒷면으로 넘어가면 같은 장미가 색이 다 빠진 연필 톤으로 바뀌어 있고, 갈라진 바닥 틈에서 풀이 몇 포기 올라와 있습니다. 앞뒤를 나란히 놓고 보면 제목이 무슨 뜻인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어요.

도입부
A면은 22분 45초짜리 타이틀곡 한 곡입니다.

처음 6분 정도는 재즈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Jarrett이 피아노 앞에 앉아 있지 않아요. 나무 피리를 불고, osi drum이라는 나무 혀 드럼을 두드립니다. Redman도 색소폰 대신 musette와 마라카스를 잡고, 그 위에 Franco와 Motian이 타악기를 얹습니다. 의식에 들어가기 전의 도입부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이 구간에서 호불호가 갈립니다.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고 뭔가 하려고 하면 6분이 꽤 길게 느껴져요. 그렇지만 이 판이 자주 손이 가는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집중해서 들을 준비가 됐을 때 트는 판이라는 게 이 도입부에서 이미 정해지거든요. 비슷한 자리에 Coltrane의 Kulu Sé Mama가 있는데, 그쪽은 Juno Lewis의 타악과 목소리가 곡 전체를 의식처럼 끌고 가는 반면 여기서는 도입부가 끝나면 밴드가 완전히 다른 얼굴로 바뀌는 느낌입니다.
Haden이 베이스로 드론을 깔기 시작하고, 그 위에 피아노가 서정적으로 흘러 들어오는 순간이 그 전환점인 것 같습니다.
22마디
일본반 해설지에 곡 구조가 꽤 자세히 적혀 있는데, 실제로 들으면서 따라가 보면 맞아떨어집니다.
테마는 테너가 잡습니다. AB 형식으로 22마디가 한 코러스예요. 재즈에서 흔한 32마디나 12마디가 아니라 22마디라는 게 우선 어정쩡한데, 이게 곡을 계속 조금씩 어긋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무거운 단조 곡인데 마지막 두 마디에서 장조로 해결을 시켜버려요. 22마디 내내 눌러놓다가 끝에서 두 마디 만에 푸는 구조라서, 한 코러스가 돌 때마다 숨을 참았다 뱉는 느낌이 반복됩니다.
솔로 순서는 테너 두 코러스, 피아노 두 코러스, 베이스 한 코러스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게 각 솔로의 템포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에요. 같은 22마디 위를 도는데 Redman이 도는 속도와 Jarrett이 도는 속도가 다릅니다. 밴드가 못 맞춘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밀고 당기는 거고, 이 부분이 이 곡에서 제일 잘 만들어진 대목이라고 봅니다.
Haden의 베이스 솔로 한 코러스는 짧은데, 짧아서 오히려 좋은 것 같습니다. Ornette Coleman 밑에서 코드 없이 연주하는 데 이골이 난 사람이라 22마디 구조를 정직하게 따라가지 않고 계속 옆으로 새는데, 그게 다음으로 넘어가는 다리가 되는 것 같아요.
코다
테마가 다시 나온 다음이 이 곡의 진짜 마무리입니다.
템포가 두 배로 빨라지고, 거의 가스펠 같은 박동을 가진 코다로 들어갑니다. 생을 축하하는 것처럼 들리는 구간이에요. 그런데 거기서 끝내지 않고 다시 단조로 내려앉으면서 곡이 닫힙니다. 장조에서 단조로, 삶에서 죽음으로 되돌아오는 셈인데, 앨범 제목과 커버의 장미를 생각하면 처음부터 이렇게 설계된 곡인 것 같습니다.
게이트폴드의 시

녹음이 끝나고 두 달 뒤인 1974년 12월 5일, Jarrett은 게이트폴드 안쪽에 시를 하나 써서 서명해 넣었습니다.

우리는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 산다고 편하게 믿지만, 사실은 매 순간 태어나면서 동시에 죽고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러니 매일 자기 탄생과 죽음을 겪는 꽃처럼 되어야 하고, 꽃이야말로 살아갈 준비가 훨씬 잘 된 존재라는 거예요. 죽음은 적이 아니라 친구이자 조언자이고, 우리에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환하게 필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조건을 하나 답니다. 삶이라는 첫 번째 커다란 환상을 잃기 전까지는 이걸 하지 말라고요.
스물아홉 살 피아니스트가 22분짜리 곡을 하나 만들어놓고, 두 달을 더 두고 보다가 그 곡이 무엇이었는지를 시로 정리해서 자기 이름과 날짜를 적어 넣은 겁니다. 곡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제목을 붙이는 일이야 흔하지만, 이렇게 앨범 재킷 안쪽에 손으로 쓴 문장을 통째로 남기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무엇보다 이 시가 곡의 구조와 정확히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단조에서 장조로 해결됐다가 다시 단조로 내려앉는 22마디, 마지막에 가스펠처럼 달아올랐다가 조용히 닫히는 코다. 태어남과 죽음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문장이 그대로 악곡의 형식으로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음악을 먼저 듣고 나서 이 페이지를 펼치면, 방금 들은 22분이 무슨 이야기였는지가 뒤늦게 맞춰집니다. 이 판을 게이트폴드로 만든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봅니다.

Dewey Redman
이 판에서 Dewey Redman의 지분이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요즘은 Joshua Redman의 아버지로 먼저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들이 90년대에 얻은 명성에 비해 아버지 쪽이 훨씬 덜 알려진 게 좀 이상한 일이에요. 고등학교 마칭 밴드를 Ornette Coleman, Charles Moffett, Prince Lasha와 같이 다녔고, 1967년부터 1974년까지 Ornette Coleman Quartet에 있었습니다. 프리하게 갈 수 있는 사람인데 톤이 워낙 듣기 좋아서 음악이 덜 사납게 들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본인 이름으로 낸 판 중에 The Ear of the Behearer(Impulse! AS-9250, 1973)가 있는데, 이게 재밌게도 같은 Generation Sound Studios에서 같은 프로듀서 Ed Michel과 함께 녹음됐습니다. 같은 방, 같은 사람, 1년 차이. 두 판을 나란히 놓고 들으면 Redman이 남의 밴드에서 어떻게 참고 있었는지가 좀 보일 것 같은데, 이건 판이 도착하면 확인해 보겠습니다.
Side 2

"Prayer"는 Jarrett과 Haden의 듀엣입니다. 3박자고, 테마는 A 4마디 / A’ 4마디 / B 4마디, 그러니까 12마디를 반복하는 구조예요. 어딘가 포크 같은 멜로디라 A면의 긴장과는 완전히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둘이 서로 뭘 하는지 정확히 듣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연주인데, 다만 A면 바로 다음에 들으면 조금 심심하게 넘어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Great Bird"는 라틴 리듬 위에서 시작합니다. 테너와 Jarrett의 소프라노 색소폰이 유니즌으로 테마를 잡는데, 리듬은 빠른 반면 테마는 그것과 상관없다는 듯이 느긋하게 흘러갑니다. 다중 녹음을 쓴 것으로 보이고요. 후기 Coltrane의 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몇 군데 나옵니다.
B면이 A면만큼 좋으냐 하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판은 A면 한 곡으로 기억되는 판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B면이 있어서 A면이 22분 만에 남기고 간 것이 정리되는 면도 있습니다.
일본반 해설지

1979년 일본 MCA 프레싱이라 Victor Musical Industries에서 만들었고, 해설지가 한 장 들어 있습니다. 스윙저널 골드디스크 선정 표시가 붙어 있고, 悠雅彦의 해설이 1979년 6월 25일 자로 실려 있어요.
이 해설이 꽤 성실한 편인 것 같습니다. American Quartet이 1976년 5월 유럽 투어를 마지막으로 조용히 해산했다는 이야기, ECM에서 나온 이 밴드의 마지막 앨범과 비교하면 그쪽은 개인기의 릴레이에 가까워진 반면 이 판에서는 네 사람이 서로 부딪히고 갈등하고 자극하는 긴장이 훨씬 살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위에서 옮긴 22마디 이야기나 솔로 순서도 이 해설에 적혀 있는 내용이고요. 일본반 해설지가 원반보다 정보량이 많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판이 그런 경우인 것 같습니다.
이 시기의 Jarrett
McCoy Tyner를 거쳐 Coltrane Quartet 쪽 피아노를 파다 보면 Jarrett의 이 시기가 늦게 눈에 들어옵니다. ECM의 Jarrett은 공간을 다루거나 아주 미니멀한 피아노 소품 쪽으로 가는데, Impulse! 시절의 이 밴드는 그런 것과 거리가 멀어요. 전위적이고, 영적인 소재를 정면으로 건드리고, 프리에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판은 특히 프리 쪽으로 기울어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아무 때나 트는 판은 아니고, 각 잡고 들을 때 손이 가는 판이에요. 그리고 20분짜리 한 곡을 풀었다 조였다 하며 끌고 가는 감각은, 석 달 뒤 쾰른에서 혼자 하게 되는 그것과 이미 상당히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Tracklist
Side 1
1. Death and the Flower (22:45)
Side 2
1. Prayer (10:08)
2. Great Bird (8:41)
모든 곡 Keith Jarrett 작곡

듣기
Death and the Flower — YouTube
Death and the Flower — Spoti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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