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Phil Ranelin
Album
The Time Is Now!
Label / Cat.No.
Tribe Records TRCD 4006
Released / Recorded
1974년 발매
1973년 11월 11일, 1974년 4월 27·28일, Pioneer Studio, Detroit
Personnel
Phil Ranelin — trombone, percussion
Wendell Harrison — tenor saxophone, percussion (A1–B3)
Marcus Belgrave — flugelhorn, percussion (A1–B3)
Keith Vreeland — piano, percussion
John Dana — bass (A1, B1–B4)
Reggie Fields — bass (A2)
Bili Turner — drums, percussion, left channel
George Davidson — drums, percussion, right channel (A1, B1–B4)
Charles Moore — trumpet, percussion (A2)
Haroun El Nil — alto saxophone, percussion (A2)
Production / Artwork
Phil Ranelin — producer, arrangements, liner notes
Bob MeLoche — recording, mixing, engineering
Bili Turner — cover artwork, album design
Phil Ranelin — album design
샘플에서 시작된 이름
이 음반을 먼저 안 것은 아니었습니다. soul, funk, hip-hop을 틀며 DJing을 하다 보면 sampling된 곡과 원곡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고, 저도 십몇 년 전부터 Black Jazz와 Strata-East를 계속 무언가 나오는 보석함처럼 보고 있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재즈를 깊이 듣지 않았고 평양냉면을 처음 먹을 때처럼 어디에서 맛을 찾아야 하는지 몰랐으며, 여러 번 먹은 뒤 작은 차이로 우래옥과 진미평양냉면을 나누듯 최근 몇 년 사이에야 연주와 세션의 디테일이 따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Cosmos Records의 벽
Toronto에 살던 때 친구가 Cosmos Road라는 hip-hop 앨범을 만들었는데, Cosmos Records의 Aki Abe가 골라준 Black Jazz와 Strata-East 음반들로 sample을 만들던 작업이었습니다. 그 일 때문에 가게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이것저것 들어봤고, 벽에는 Strata-East 초반들이 몇백 달러에서 몇천 달러까지 붙은 채 걸려 있었으며 Madlib이나 Pete Rock도 가끔 와서 사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거의 15년 전이라 세부는 흐릿하지만 특정 연주자보다 레이블 이름과 가격표가 먼저 강하게 남았고, Phil Ranelin이나 Tribe Records는 그때는 알지도 못했습니다.
샘플링 사례
Phil Ranelin의 곡을 사용한 사례 가운데 확인되는 세 곡을 골랐습니다. 아래에서 원곡과 사용곡을 차례로 바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
Vibes From the Tribe
이 곡은 Madlib의 “Further Adventures of Walkman Flavor”와 Lord Sear의 “Alcoholic Vibes”에 각각 사용됐고, 두 곡은 같은 원곡에서 서로 다른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아래에는 원곡, Madlib, Lord Sear 순서로 놓았습니다.
What We Need
TOBi의 “Someone I Knew”에는 Phil Ranelin과 Wendell Harrison의 “What We Need” 일부가 사용됐습니다. 아래에는 원곡과 사용곡 순서로 놓았습니다.

동봉된 카탈로그
이 재발매판에는 Pure Pleasure 카탈로그가 들어 있는데, Strata-East가 길게 이어지고 바로 아래에 Tribe Records, Nimbus West Records, Weldon Irvine, Flying Dutchman, Theresa까지 붙어 있는 목록을 보면 제게는 거의 꿈의 라인업에 가깝습니다. 그냥 동봉 광고지라고 넘기기에는 사고 싶은 음반이 너무 많고, 한 장씩 체크하다 보면 이 종이는 카탈로그라기보다 통장 잔액을 공격하는 디깅 리스트처럼 보입니다. 예전 Cosmos Records의 벽에서는 가격표와 레이블 이름만 먼저 보였다면, 지금은 각 음반의 연결과 다음에 들어볼 순서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꽤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앨범 단위의 귀환
최근 몇 년 재즈를 좋아하고 레코드를 모으면서 예전에 sample로 들었던 음악을 다시 찾아보니, 유명한 몇 초보다 연주자들이 어떻게 만나고 지역과 주제, 정치적 분위기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한 장으로 보는 쪽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국내에 저렴하게 풀린 Black Jazz 재발매를 여러 장 산 것도 그 과정이었고, 머릿속에서 함께 묶여 있던 New York의 Strata-East, Detroit의 Strata와 Tribe도 조금씩 따로 보이기 시작했으며, 먼저 올린 Maulawi – Maulawi도 Detroit Strata의 음반이라 이 지역의 독립적인 흐름을 다시 살피게 했습니다.



Detroit의 집단
Tribe는 Phil Ranelin과 Wendell Harrison이 1970년대 초 Detroit에서 만든 집단으로, 레이블만이 아니라 잡지와 제작 활동까지 함께 움직였고 참여자 대부분이 작곡가였다는 점이 그 소리를 만들었습니다. Ranelin의 첫 리더작 The Time Is Now!는 1973년 11월과 1974년 4월 Pioneer Studio에서 세 차례 녹음돼 1974년에 나왔으며, Marcus Belgrave와 Wendell Harrison, 두 명의 drummer와 많은 percussion이 한데 들어옵니다. 제게 Detroit라는 말은 Motor City, house, Moodymann, J Dilla를 함께 데려오는데, 그 지역에 대한 호감이 Tribe까지 관심을 넓힌 것도 분명한 듯합니다.



집단의 압력
바이닐을 사기 전 YouTube와 Spotify로 먼저 확인했는데, 첫 곡 “The Time Is Now For Change”에서 제게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긴장감이 먼저 잡혔습니다. Bass ostinato와 piano vamp가 좁은 자리를 계속 맴도는 동안 Bili Turner와 George Davidson의 drums가 좌우에서 서로 다른 결을 보태고, Wendell Harrison의 tenor saxophone과 Marcus Belgrave의 flugelhorn, 여러 percussion이 차례로 들어오지만 앙상블은 시원하게 열리기보다 계속 안쪽으로 밀도를 쌓는 듯합니다.
트롬본의 중심
그 한가운데서 Phil Ranelin의 trombone은 낮고 두꺼운 음색으로 시작부터 바닥을 깔고, 길게 뻗는 선율보다는 짧고 무거운 문장과 반복되는 리프를 던지면서 여러 연주가 흩어지지 않게 중심을 붙듭니다. 인원이 많아서 커진 소리라기보다 각 악기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trombone이 그 사이의 마찰을 계속 남겨두는 방식에 가깝게 들립니다.

풀리지 않는 긴장
B면은 swing과 Latin 계열 vamp, blues로 어휘가 바뀌고 곡도 짧아지지만, 앨범이 만들어온 긴장감 자체는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Of Times Gone By”에서는 조금 더 정돈된 ensemble 뒤로 Ranelin의 trombone이 낮은 무게중심을 남기고, “Black Destiny”와 “13th & Senate”에서도 리듬이 분명해질수록 관악기 사이의 간격과 반복이 오히려 압력을 더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Julian Priester와의 거리
제가 좋아하는 Julian Priester Pepo Mtoto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잘 들리는 듯합니다. Herbie Hancock의 Mwandishi와 Love, Love 시기 Priester가 긴 호흡과 넓은 공간 속에서 trombone의 음색을 전자음과 함께 퍼뜨리는 쪽이라면, 이 음반의 Ranelin은 더 낮고 육중한 소리로 ensemble의 앞에 서서 곡을 밀어붙이는 편에 가깝고, 둘 다 trombone을 단순한 중저음 반주 악기로 두지 않지만 Priester가 공간을 넓혀 긴장을 유예한다면 Ranelin은 반복과 집단 즉흥 안에서 압력을 계속 유지하는 식으로 들립니다.

재킷 뒤의 선언
재킷 뒤에서 Phil Ranelin은 “The time is NOW!!”를 되풀이하며, 지금은 사람들이 하나로 모일 때이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해야 할 때이며 억압과 인종차별, 탐욕, 증오, 빈곤이 끝나야 할 때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이 녹음 자체를 혁명의 일부로 보았고, 이 자주적인 제작이 필요한 이유를 생존이라고 설명하는데, 음악가와 그의 음악이 살아남는 일이며 더 나아가 Jazz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창조적인 Black art를 듣고 요구하는 사람들까지 살아남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런 작업은 취향이나 장식이 아니라 필요에서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 음악이 영감을 주거나 잠시 즐겁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군가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낫게 하는 데도 조금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결국 이 음반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모두의 의식을 끌어올리려는 정직한 시도라고 적었습니다. 녹음 당시를 돌아보며 서로 관계를 맺고 소통하려 한 연주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했고, 특히 거의 전곡에 George Davidson과 Bili Turner 두 drummer가 참여했는데도 서로를 세심하게 듣고 반응해 때로는 한 사람처럼 들렸다고 회상합니다. 마지막에는 이 세션에 많은 것을 내준 연주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누구나 각자의 믿음을 가질 권리가 있지만 자신에게 이 녹음은 하나의 축복이었다고 끝맺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제목의 ‘Now’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자주 제작과 공동체, 음악가의 생존을 한꺼번에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 조금 더 분명해지는 듯합니다.



Tracklist
Side A
1. The Time Is Now For Change — 14:31
2. Time Is Running Out — 4:33
Side B
1. Of Times Gone By — 8:43
2. Black Destiny — 4:06
3. 13th & Senate — 6:06
4. He The One We All Knew (Part 1) — 2:40
All music written and arranged by Phil Ranelin.
듣기
The Time Is Now! — YouTube
The Time Is Now! — Spotify
The Time Is Now! — Bandcamp
더 읽을거리
트랙과 크레딧을 정리한 공식 재발매 페이지 — Now-Again Records
Phil Ranelin이 직접 들려주는 Tribe Records 이야기 — WDET
A면과 B면의 성격을 나누어 짚은 음반 리뷰 — All About Jazz
Toronto Cosmos Records와 Aki Abe를 소개한 글 — The Vinyl Fa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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